오래전 블로그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할 때 즈음 작성했던 글.
그냥 없애 버리기도 아깝고,
새로이 블로그를 할려다 보니 데이터는 있어야겠고..
몇년 전에는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라는 회상도 할 수가 있어
나름 의미 있는 것이라 백업하여 다시 올린다.
당시 포스팅을 할 땐 싸이월드가 대세였지만,
그 싸이월드 유저들이 그대로 각종 SNS로 옮겨갔으니
본 포스트의 싸이월드를 SNS로 대입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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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대화를 하다 보면 항상 물어오는 말이 있다.
"싸이 안하세요?"
난 "싸이"를 안한다.
싸이월드가 계기가 되어 만나던 사람과 헤어진 이후로
탈퇴를 하고 여지껏 재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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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일기 쓰는 것을 무진장 싫어 했었다.
선생님께선 일기 쓰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하루의 일과를 글로 적음으로써 자신을 되뇌이어 보고,
이를 통해 하루의 반성과 내일의 계획을 세우기 위함이라.."
공부 보다는 노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었고,
매일이 똑같은 일과에 똑같은 놀이.
반성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 때의 일기라는 것은, 일기라는 형식의 '숙제' 일 뿐이었으며
단지, 야단 맞지 않기 위해 쓰는 과제에 불과했다.
더불어 자신을 보기 좋게 포장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지금도 일기에 대한 단상은 그 때와 별반 다를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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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싸이월드가 대화의 주제에 언제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근래에 들어 새로운 대인관계 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싸이월드.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인간관계.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싸이월드는 이런 다양한 색깔들이 '싸이홈피'라는 틀에
갇혀 버린 듯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모습만 보여 준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앞에 두고 찍은 사진,
나름대로의 공식을 갖춘 '얼짝 각도' 사진들,
인생과 사랑에 대한 각자의 사상과 철학들(하지만, 포장만 다른 같은 내용의...),
다른 얼굴, 같은 모습들.
학창시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기와 다를게 없단 생각이 든다.
일기 쓰는 것을 끔찍히 싫어했던 나.
남이 보아 주는 일기라는 도구로 있지도 않은 내 모습을 포장하기 싫었고,
남에게 보여 주기 싫은 모습을 들춰내기 싫었으며,
더욱이, 나 스스로 조차도 보이기 싫은 모습을 성형해서
모순되게 보여 주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이런 것들이 지금 내가 싸이를 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나의 변명일지도 모른다.
"싸이 안하세요?"
이렇게 누군가 물어왔을 때, 이런 거창한 듯 하지만
구질구질한 이유를 대며 말한다는 것도 우습지.
나 혼자만의 변명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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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자신을 되돌아 보기 위한 도구로 일기를 쓰라고 하면 못한다.
그렇듯, '싸이'도 앞으로 하지 않을 것 같다.
바로 얼마전까지, '싸이'는 자신을 가식투성이로 꾸미는 도구라는걸 느꼈기 때문에.
하지만, '싸이월드'는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새로운 툴(Tool) 또는,
수단으로써 충분히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웹(Web)세대를 이끌어 가는 하나의 트랜드로써 이미 충분히 뿌리를 내렸고,
이를 거스르기엔 핸드폰 만큼이나 깊이 자리를 하고 있는 듯 하다.
모든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는 '순기능' 과 '역기능'이 있기 마련이다.
'싸이월드'가 가져다 주는 장점들.
인터넷 세대들이 가지는 인간관계 형성에 필요한 새로운 도구,
이와 맞물려 돌아가는 기업 입장에서의 경제적 이윤 창출의 순환.
이런 것들이 '순기능' 일테지.(물론, 이 속에서도 역기능이 존재하겠지만..)
내가 보는 '싸이'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개인이 느끼는 '역기능' 중의 일부일 뿐인 것이다.
나에게는 이런 '역기능'에 대한 거부감으로 '싸이'를 안하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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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단점을 지적하거나 질책을 하면
거부감 없이 수긍 또는 수용을 할려고 노력한다.
도저히 나 스스로가 용납하지 못하는 편견이 아닌 이상은.
누구나에게 장점이 있으면 당연히 단점도 있는 것.
단점 역시 '나'라는 존재를 형성해 주는 단편들 아닌가.
장점과 단점 이외에도 누군가가 나를 보고 판단 해 주는 기준이 되는 단편들.
이런 단편들이 모여서 '나'라는 것이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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